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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_선택지

곤란한 선택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삼촌 THE 가정파괴자

곤란한 선택지란, 그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만족할 수 없는 선택지, 때로는 파멸에 이르는 선택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똥 맛 카레와 카레맛 똥 중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상반신이 인간인 인어 vs 하반신이 인간인 인어 (연애 상대로)

곤란한 선택지는 이와 같이 둘(혹은 그 이상) 중 그 어떤 것을 고르더라도 기분이 더럽습니다. 곤란한 선택지의 또 다른 특성은 모든 선택지가 부정적이라는 것이고, 또한 그 선택지에 대답하기를 강요받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최고의 대처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선택지를 부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자면 대답하지 말자는 것이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다릅니다. 뭐 우선 대답을 하지 않는 거라고 이해해 보죠. 저 질문을 당신에게 던진 사람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그저 당신을 골탕먹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사람은 매우 곤란해집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일차적인 방어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물론,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은 대개 '그런거 없어 무조건 대답해야해'와 같은 공격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결국은 대답을 최대한 회피하는것이 중요합니다. 화제를 돌린다거나, 질문자를 때려눕힌다거나 말이죠.

곤란한 선택지의 무서운 점은 때때로, 이것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당신에게 정말로 피할 수 없고, 어떤 것을 선택해도 패배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가 다가옵니다. 때때로는 그 원인이 (어느 정도) 자신에게 있어서 억울함을 표현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수능을 잘 못봐서 졸업장 이외에는 의미가 없는 등록금-학위 교환기계에 다닐 것이냐, 재수를 할 것이냐는 것도 일종의 그런 질문이죠. 둘 다 만족스럽지 않은 선택이지만, 딱히 나은 선택지가 있는것도 아닙니다. 어디서 슈퍼히어로가 나타나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이 상황에서는 위와 같이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누가 원인을 만들었든 간에, 그것은 인생이 당신에게 던진 질문이며, 따라서 그 결과는 당신에게 귀속되기 때문입니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은 현실 도피 이상의 의미는 없어보입니다.

단, 이 경우에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과연 이 질문이 대답할 가치가 있는 질문이냐는 것입니다. 선택지를 너무 제약하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정말 두 개 뿐입니까? 군대를 가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말하려는게 뭐냐 하면, 선택은 결국 선택지가 주어져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과연 이 선택들의 집합은 잘 정의된 것인가?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선택지를 부순다'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희박하지만) 프레임 아래에서 사고합니다. 각자에게 정해진 프레임이다는 것이죠. 그 프레임은 때때로 문제를 왜곡하지만, 이런 프레임 없이 우리가 사고하는것은 일견 불가능합니다. 고정관념, 스테레오타입과 같이 적대되는 프레임도 있지만, 세계관, 인생관처럼 존중받는 종류의 프레임도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프레임을 만듭니다. 과연 그 프레임이 도움이 되는 프레임인가를 판단하는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똥 맛 카레와 카레 맛 똥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일일까요?

참고 자료

곤란한_선택지.txt · Last modified: 2010/05/06 02:53 by mas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