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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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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계집

전자계집은 2011년 11월 2일 만들어진 단어이다.

조어의 순간

2011년 11월 1일에서 2일로 넘어오는 늦은 밤, 나 정진명과 룸메이트인 유지현은 길을 걷고 있었다. 무얼 하다 돌아오던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충남대학교 앞을 지나 대학로를 통해 카이스트로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 둘은 이야기를 할 때 각종 유머를 교환하는 것이 일상적이었기 때문에, 그 날 밤도 평범하게 대화를 하고 '개드립'을 섞으며 웃고 떠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당시 나와 이 친구는 둘 다 연애경력이 없고, 이 친구의 몇몇 2차원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선호 1)는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가끔 그런 소재를 가지고 유머를 하고는 하였다. 예를 들자면 “실존하지 않는 아이돌 한번 안 핥아본 것들이 아이돌의 진정한 의미를 알겠어?” 같은 유머.

전자계집 발상의 땅(상호 및 전화번호 지움) 늦은 밤, 걸어오는 길에 나는 우연히 한 가게의 간판을 보게 된다. “○○○○ 전자담배”. 그 단어를 보는 순간 나는 전자담배를 가지고 어떤 유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일단 생각하기 쉬운 것이 개념의 일부분을 다른 것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전자담배… 가 아니면 전자술? 내가 평소 하는 수많은 시도처럼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담배와 술을 병치시키는 행위는 나를 다음 연결고리로 가져다 주었다. 바로 '계집'이라는 단어였다. 국립서울대학교. 서울대 정문의 “계집 술 담배” 삼위일체가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한번 담배 대신 계집이라고 붙이고 입 안에서 굴려 보았다. 전자계집. …전자계집? 전 자 계 집??????

일단 만들어본 단어였는데, 이거 의외로 느낌이 괜찮았다. 오… 이건… 적절한 포장지가 있으면 괜찮은 유머가 되겠군. 나는 방금 내가 '전자계집'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냈음을 룸메이트에게 알렸다. 이 친구는 특유의 웃는 방식으로 웃었고, 나는 이 유머를 트위터를 통해 발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생각한 뒤, 나는 한 대화 2)를 생각해냈고 그 대화에 대한 룸메이트의 숨 넘어가는 웃음을 확인한 뒤, 트위터에 이 꽁트를 올렸다.

"아빠 전자담배 좀 그만 피세요."
"너도 전자계집 좀 그만 만나라."
-2011년 11월 2일 오전 12시 56분

약 10분에서 20분도 지나지 않아 이 트윗은 100번이 넘는 리트윗을 받게 된다.

전파

그날 아침, 디씨 애갤에 이 트윗에 간략한 살 3)을 붙인 이 포스팅이 올라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포스팅을 캡쳐한 이미지, 혹은 그 유머 자체가 각종 유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돌기 시작한다. 커그, 뽐뿌 등… 구글에서 아버지가 디씨 애갤러에게.jpg로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이후 전자계집이라는 단어는 한국어권 인터넷에서 어느정도의 시민권을 얻어 활동하게 된다.

평가와 반응

호평이다. 2012년 2월 29일 기준으로 favstar에 의하면 총 577번의 리트윗을 받았다. 트위터 키워드 전자계집 검색으로도 꾸준히 트윗들이 올라오고 있다. 원본 꽁트 자체는 이제 그리 많이 언급되지 않지만, 전자계집이라는 단어는 살아서 네트워크를 활보하고 있다.

단 프로의 영역에는 미치지 못했는지 한국의 개그맨 남희석씨는 이 유머에 대해 애매하다는 의견과 세모(△)등급을 남겼다.

시유(VOCALOID)의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방시혁씨가 시유를 '한국형 전자계집'이라 지칭한 것에 대해 의견을 남겼는데,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방송이나 언론을 타지는 못한 것 같다. 혹시 있으면 제보 주세요. 뿌잉뿌잉.

“왜 나는 전자계집이 아닌가!” 하는 외침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다. 물론 이 반응은 전자계집이라는 단어 자체와는 큰 상관이 없지만…

논란

전자계집이란 무엇인가?

전자계집 관련 유머가 올라올 때 자주 붙는 댓글 중 하나가 “전자계집이 정확히 뭐임?”이라는 댓글이다. 어떤 사람들은 잘 몰라서 질문하고, 어떤 사람들은 추측하는데, 대표적으로 야동, 애니메이션의 히로인, 야겜과 같은 해석이 있고, 게임 아바타, 화상채팅, 컴퓨터를 통해서 보는 아이돌 그룹등 넓게 해석한 것도 있다. 신경쓸 만한 점은 러브플러스보컬로이드처럼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경우도 꽤 있는 듯. 이런 대화가 종종 보인다. 전자계집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 중 보컬로이드 팬덤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위 '조어의 순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원작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전자계집을 만들었다' 와 같은 건 없다. 애초에 단어 조합에서부터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런 모호함이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것'(야동이든 야겜이든…)에 유머를 맞춰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었고, 그로 인해 유머가 흥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여성비하 아닌가?

이 문제는 나를 계속 괴롭혀 왔다. 많은 유머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희화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흥하면 흥할수록 그 집단의 사람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가 느끼는 책임감도 꽤 큰데, 이 경우에는 '계집'이라는 단어에서 아무리 빼려 해도 뺄 수 없는 여성비하적 뉘앙스가 나를 괴롭혔다. 개인적인 변명으로는, 이 계집이라는 단어는 '계집 술 담배'에서 따온 것이니만큼 서울대를 까면 된다! ……는게 아니라, 저 세 단어의 조합은 방탕하게 노는 젊은 남성을 비판하는 느낌을 주는데(어디까지나 나한테) 즉 계집이라는 단어는 '계집질'이라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에 가까운, 여성을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 마초적인 남성을 비판하는 단어로… 아 망한 것 같다. 이 문단 쓰지 말 걸 그랬어.

사실 계집이라는 단어를 전자여성으로 바꾸거나 하면 느낌이 확 죽는건 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전자계집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고 그 단어가 가는 길을 보는 과정은, 유머를 만들면서 '어떤 게 더 재미있을까' 하는 학생의 태도와 21세기를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서의 태도가 충돌하는 매우 기묘한 경험이다.

물론 저는 (적어도, 현실의) 여성을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당연한거지. 옆나라에서는 비실재청소년의 인권도 보호한다는 둥 뭔가 가공의 인물의 인권도 보호하는 것 같은데… 어… 하여튼 복잡한 문제입니다.

1)
헷갈릴 것 같아 말해두지만 3차원보다 2차원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2)
꽁트라고 하나?
3)
“아버지도 울고 아들도 울었다.”
전자계집.1330512313.txt.gz · Last modified: 2012/02/29 19:45 by masya